족저근막염 — 발바닥이 정말 범인일까?
진료실에 발바닥이 아파서 오신 환자분들은 가장 먼저 종아리를 여기저기 만져본다. "원장님, 발바닥이 아프다고 했는데 왜 종아리를요?" 20년 동안 같은 질문을 수백 번 들었다. 그리고 종아리를 풀어드리면 수백 번 같은 반응이 돌아왔다. "어? 발바닥이 덜 아파요."
족저근막염
아침에 일어나서 첫발을 디딜 때 발바닥이 찌릿하다. 오래 서 있으면 발뒤꿈치가 아프다. 걸을수록 악화된다.
병원에 가면 깔창을 넣는다. 체외충격파를 맞는다. 발바닥 스트레칭을 한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기도 한다. 발바닥이 아프니까 발바닥을 치료한다. 당연한 것 같다. 그런데 왜 재발할까.
발바닥은 범인이 아니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부터 발가락까지 이어진 두꺼운 막이다. 이 막에 염증이 생기면 족저근막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막이 왜 염증이 생길까. 종아리를 봐야 한다.
종아리 근육은 아킬레스건을 통해 발뒤꿈치에 연결된다. 종아리가 긴장하면 아킬레스건이 당겨진다. 아킬레스건이 당겨지면 그 장력이 족저근막에 전달된다. 발바닥은 당하는 쪽이다. 범인은 종아리다.
밧줄을 생각하면 쉽다
밧줄의 한쪽 끝을 세게 잡아당기면 반대쪽 끝이 팽팽해진다. 종아리가 밧줄을 당기는 손이다. 발바닥이 팽팽해지는 반대쪽 끝이다. 팽팽한 쪽에 충격파를 쏘면 일시적으로 풀린다. 하지만 잡아당기는 손을 놓지 않으면 다시 팽팽해진다. 발바닥만 치료해서는 재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년 진료에서 확신하게 된 것
족저근막염으로 오시는 분의 종아리를 만져보면 대부분 심하게 뭉쳐 있다. 돌덩이처럼 딱딱한 분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종아리를 먼저 풀어드린다. 침으로 종아리 근육을 풀고 아킬레스건 주변을 이완시킨다. 종아리가 풀리면 발바닥의 장력이 줄어든다. 장력이 줄어들면 염증이 가라앉을 환경이 만들어진다. 발바닥만 치료했을 때보다 재발률이 확연히 낮다.
종아리가 왜 긴장하느냐고 물으신다면, 골반과 허리, 전신의 밸런스까지 봐야 한다. 자다가 종아리 쥐가 자주 나는 분이라면 허리에서 시작된 문제일 수 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첫째, 종아리 스트레칭. 벽에 손을 짚고 한쪽 발을 뒤로 뻗는다. 뒤쪽 발 뒤꿈치를 바닥에 붙인 채 종아리가 당기는 느낌이 들 때까지. 15초씩 3회. 하루 3번.
둘째, 종아리 셀프 마사지. 폼롤러나 테니스공 위에 종아리를 올려놓고 굴려준다. 뭉친 부위를 찾아서 10초씩 눌러준다.
셋째, 발바닥만 스트레칭하지 마시라. 발바닥 스트레칭도 하되 종아리를 같이 풀어야 효과가 유지된다. 발바닥만 풀면 절반만 하는 것이다. 족삼리가 어깨를 풀어주는 것처럼, 증상이 있는 부위와 원인이 있는 부위는 다를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족저근막염에 깔창은 효과가 없나요?
단기적으로 통증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깔창은 충격을 분산하는 것이지 종아리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깔창을 빼는 순간 다시 아픕니다.
Q. 체외충격파를 여러 번 맞았는데 효과가 없어요.
체외충격파는 족저근막 자체의 유착을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종아리에서 계속 장력이 전달되고 있다면 풀어도 다시 유착됩니다. 충격파와 함께 종아리 치료를 병행해야 효과가 유지됩니다.
Q. 종아리 스트레칭만 하면 족저근막염이 낫나요?
종아리가 긴장하는 이유가 단순한 피로인 경우도 있고 골반이나 척추 문제에서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트레칭으로 호전되면 다행이지만 계속 재발한다면 전문가에게 몸 전체의 밸런스를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
Q. 족저근막염이 재발하는 이유가 뭔가요?
발바닥만 치료하기 때문입니다. 종아리가 긴장하면 아킬레스건이 당겨지고, 그 장력이 족저근막에 전달됩니다. 종아리를 풀지 않으면 발바닥 치료 효과가 일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족저근막염. 발바닥이 아프면 먼저 종아리를 체크해보셔라. 족저근막염이 재발하는 이유는 발바닥만 치료하기 때문이다. 종아리를 풀면 발바닥의 장력이 줄어들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
— 자생력한의사 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