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이 오히려 소화를 망칠 수 있는 이유 – 흰쌀밥이 답일 수 있다
"암, 당뇨병 걱정되면 잡곡밥으로."
또 나왔다. 콩, 견과류, 씨앗, 통곡물. 섬유질이 풍부하니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다. 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나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나는 이 기사 제목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암, 당뇨 걱정되면 오히려 잡곡밥 조심하세요."
왜 나는 잡곡밥에 반대하는가
핵심은 하나다. 소화가 안 된다.
20년간 진료실에서 소화기 질환 환자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건강식 먹고 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잡곡밥, 견과류, 샐러드를 열심히 드신다. 그런데 배는 항상 빵빵하고, 가스가 차고, 변비와 설사를 반복한다.
좋다는 음식을 먹는데 왜 몸이 안 좋아질까. 소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내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음식은 아무리 영양가가 높아도 독이다.
섬유질이 많으면 무조건 좋을까
기사에서는 섬유질의 장점을 나열한다. 장운동 촉진, 변비 예방, 혈당 조절, 콜레스테롤 감소.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소화가 되어야 한다.
소화가 안 되는 섬유질은 장을 청소하는 게 아니라 장을 막는다. 실제로 많은 건강 기사에서도 슬쩍 언급한다. "섬유질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가스가 차거나 복통,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 이게 바로 소화가 안 된다는 증거다.
콩, 견과류, 씨앗, 통곡물 — 왜 문제인가
이 음식들의 공통점이 있다. 씨앗이다.
씨앗은 자기 방어 기제가 강하다. 새나 동물에게 먹혀도 소화되지 않고 배출되어 싹을 틔우려는 본능이 있다. 그래서 우리 위장도 이 껍질을 쉽게 분해하지 못한다.
콩은 가스를 유발하는 대표 음식이다. 견과류의 포만감은 사실 소화불량의 더부룩함일 수 있다. 치아씨드, 아마씨 같은 씨앗류는 물에 불려도 위장에는 부담이다. 현미, 퀴노아 같은 통곡물은 백미보다 영양가는 높을 수 있지만 소화는 훨씬 어렵다.
옛 어른들은 왜 흰쌀밥을 드셨을까
양반집 부자들도 잡곡을 안 먹었다. 아플 때, 기력이 떨어졌을 때 뭘 드셨나. 흰죽, 흰쌀밥이다.
왜? 가장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다.
영양가가 높아도 소화가 안 되면 독이다. 영양가가 낮아도 소화가 잘 되면 약이 된다. 우리 조상들은 이걸 알았다. 암 전문 의사와 영양사들도 체력과 면역력이 약해진 암 환자에게 잡곡밥 대신 흰쌀밥을 권한다. 이유는 같다. 소화가 되어야 영양이 흡수된다.
숫자보다 내 위장의 신호를 믿으라
건강식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 몸을 힘들게 하는 음식들. 방송에서, 기사에서, SNS에서 쏟아지는 정보들. 다 맞는 말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 몸이 불편하다면 그건 내 몸에 맞지 않는 것이다. 잡곡밥을 먹고 가스가 차고 더부룩하다면, 그게 내 몸이 보내는 신호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마시라.
숫자와 연구 결과보다 내 위장의 신호를 믿으시라.
자주 묻는 질문
Q. 섬유질이 장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정말 안 좋은 건가요?
섬유질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문제는 '소화 가능한 섬유질인가'입니다. 잘 익힌 채소의 섬유질은 괜찮지만, 견과류나 통곡물의 거친 섬유질은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Q. 현미가 백미보다 건강에 좋지 않나요?
영양 성분만 보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화력이 약한 분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됩니다. 영양가가 높아도 소화가 안 되면 내 몸에 흡수되지 않습니다.
Q. 그럼 뭘 먹어야 하나요?
한국인에게 가장 잘 맞는 건 흰쌀밥에 국, 잘 익힌 반찬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수천 년간 먹어온 한식이 최고의 건강식입니다.
Q. 잡곡밥을 완전히 끊어야 하나요?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내 위장이 편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잡곡밥을 먹고 가스가 차거나 더부룩하다면 내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한국 사람은 한국 음식의 지혜로 더 건강해질 수 있다.
흰쌀밥에 국 한 그릇. 그게 우리 몸에 가장 잘 맞는 건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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