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졸린 이유가 심장 때문? — 식곤증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
점심 먹고 나면 눈이 감긴다. 회의 시간에 졸다가 화들짝 깬 적도 있다. "밥을 많이 먹어서 그렇다"고들 한다. 그런데 적게 먹어도 졸린 날이 있다. 왜 그럴까.
식곤증은 위장이 아니라 심장의 문제다
밥을 먹으면 소화를 위해 위장으로 피가 몰린다. 이건 다들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빠뜨리는 게 있다. 위장이 힘들게 일하면, 그 부담은 결국 심장으로 넘어간다.
위장이 소화를 잘 못 시키면 심장이 더 많은 피를 보내려고 무리하게 일한다. 심장이 무리하게 일하면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려 한다. 그 방법이 뭘까. 멈추는 게 아니라 쉬게 만드는 것이다. 졸음이 오는 이유다. 식곤증은 위장이 힘든 신호가 아니다. 심장이 힘들다는 신호다.
빨리 먹을수록 심장이 더 힘들다
같은 양을 먹어도 식곤증이 심한 날과 덜한 날이 있다. 차이는 속도다. 빨리 먹으면 음식이 잘게 안 쪼개진 채로 위에 들어간다. 위는 그걸 처리하느라 평소보다 더 오래, 더 세게 일한다. 위가 오래 일할수록 심장도 그만큼 오래 무리해서 일해야 한다.
반대로 꼭꼭 씹어 먹으면 음식이 이미 잘게 쪼개진 상태로 들어간다. 위가 할 일이 줄어든다. 심장이 부담을 덜 받는다. 같은 밥 한 공기라도 씹는 횟수에 따라 심장이 짊어지는 무게가 달라진다.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먹을 때가 제일 힘들다
찌개, 반찬, 밥을 한 번에 섞어서 급하게 먹는 경우가 있다. 회식 자리에서 여러 음식을 짧은 시간에 몰아 먹기도 한다. 이럴 때 위장이 가장 고생한다. 서로 다른 성질의 음식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위가 그걸 구분해서 처리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위가 오래 붙잡고 있을수록 심장도 그만큼 오래 협조해야 한다. 식사 후 유독 심하게 졸리고 몸이 처지는 날은 대개 이런 식사였을 확률이 높다.
빨리 먹는 습관을 자꾸 만드는 이유
바빠서 빨리 먹는다. 점심시간이 짧아서 서둘러 먹는다. 이해는 되지만, 몸 입장에서는 매번 같은 부담을 지는 셈이다. 위장 하나가 아니라 심장까지 매번 무리하게 되는 것이다. 식사 시간을 5분만 늘려도 다르다. 천천히 씹으면 위의 일이 줄고 심장의 부담도 함께 줄어든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식곤증
식곤증을 자주 호소하는 분들에게 식습관을 물어보면 대부분 식사 속도가 빠르다. 그리고 심장이 약하거나 예민한 경우가 많다. 노궁혈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심장이 긴장하면 몸 전체가 긴장한다. 식사 후 몸이 처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심장이 무리해서 일한 뒤 몸이 스스로를 쉬게 만드는 것이다.
찬 음료도 마찬가지다. 냉커피를 식후에 마시면 위장이 다시 냉해지고 심장은 또 한 번 무리하게 된다. 식곤증이 유독 심한 날은 식사 메뉴를 되짚어봐야 한다.
식곤증을 줄이는 법
첫째, 천천히 먹는다. 한 숟갈에 스무 번 이상 씹으면 위의 부담이 확실히 줄어든다.
둘째,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섞어 먹지 않는다. 한 가지씩 순서대로 먹는 게 위장에 낫다.
셋째, 식후 찬 음료는 피한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소화에 더 도움이 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식곤증은 왜 생기나요?
위장이 소화를 위해 무리하면 심장도 함께 무리하게 됩니다. 몸은 무리한 심장을 쉬게 하려고 졸음을 유발합니다.
Q. 적게 먹었는데도 식곤증이 심한 날이 있어요.
양보다 속도와 조합이 중요합니다. 빨리 먹거나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먹으면 적은 양이어도 위장과 심장이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Q. 식곤증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인가요?
천천히 씹어 먹는 것입니다. 한 숟갈에 스무 번 이상 씹으면 위가 할 일이 줄고 심장의 부담도 함께 줄어듭니다.
Q. 식곤증이 위장 문제가 아니라 심장 문제인 이유가 뭔가요?
위장이 소화를 잘 못 시키면 심장이 더 많은 피를 보내려고 무리하게 일합니다. 심장이 무리하면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졸음을 유발해 쉬게 만듭니다. 식곤증은 위장보다 심장이 힘들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밥 먹고 쏟아지는 잠이 게으름이라 생각하지 마시라. 심장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천천히 씹어 먹는 것. 그것만으로 오후가 달라진다.
— 자생력한의사 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