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먹으면 졸릴까 깨어날까 — 동의보감과 서양 의학이 다르게 말하는 이유
"상추 먹으면 졸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시험 보는 날 상추 먹지 말라는 이야기. 점심에 상추쌈 많이 먹으면 오후 내내 졸린다는 경험담.
그런데 반대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상추 먹으면 오히려 잠을 못 잔다." "머리가 각성되는 것 같다." 뭐가 맞는 걸까.
서양 의학은 이렇게 말한다 — "졸립다"
최근 상추추출물이 식약처로부터 '수면 건강 기능성'을 인정받았다. 상추에는 락투신(Lactucin)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진정·최면·진통 효과를 낸다고 한다.
인체임상시험 결과, 상추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은 총 수면시간이 늘고 수면 효율이 개선됐다. 서양 의학 관점에서는 상추 = 졸음 유발이 맞다.
동의보감은 다르게 말한다 — "총명하게 한다"
그런데 동의보감에는 다르게 적혀 있다. "상추는 총명하게 하고 잠을 적게 자게 한다." 정반대다.
서양에서는 잠이 온다고 하고, 동양에서는 잠이 줄어든다고 한다. 누가 맞는 걸까.
성분이 아니라 성질을 봐야 한다
여기서 한의학적 관점을 말씀드리겠다. 상추의 쓴맛은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열이 많아서 잠 못 이루는 사람. 머릿속이 뜨겁고 생각이 많아서 뒤척이는 사람. 이런 분에게는 상추가 열을 내려주니까 잠이 잘 온다.
반대로 몸이 차고 위가 냉한 사람. 이런 분에게 상추의 찬 성질이 들어가면 머리가 오히려 각성되어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서양인과 한국인의 차이
서양인은 기본적으로 육식과 기름진 음식을 즐긴다. 위장 기능이 비교적 강하고 몸에 열이 많은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에게 상추는 열을 내려주고 수면을 도와준다.
한국인은 어떤가. 쌀밥 채식 위주의 식단. 몸이 찬 사람도 많고 위가 냉한 사람도 많다. 이런 분에게 상추를 많이 먹으면 오히려 반대로 각성되고 잠이 줄어들 수 있다.
이것이 같은 연구 결과가 한국인에게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이유다. 같은 음식도 사람에 따라 반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건 잡곡밥이 오히려 소화를 망칠 수 있는 이유에서도 다뤘다.
같은 음식이 약도 되고 독도 된다
상추만 그런 게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음식을 이렇게 본다. 성분보다 성질. 음식의 효능보다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의 상태. 같은 약이 사람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다. 부자(附子)가 사약에도 보약에도 쓰이는 이유와 같은 원리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추 먹으면 졸린 게 맞나요?
사람마다 다릅니다. 상추에 들어 있는 락투신 성분은 진정 효과가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상추의 찬 성질이 체질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열이 많은 체질은 졸릴 수 있고, 몸이 찬 체질은 오히려 머리가 맑아질 수 있습니다.
Q. 상추차가 수면에 좋다던데 사실인가요?
열이 많아서 잠을 못 자는 분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이 찬 분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본인 체질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동의보감에서는 상추를 어떻게 보나요?
동의보감에는 "상추는 총명하게 하고 잠을 적게 자게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서양 의학과 정반대입니다. 성분이 아니라 성질(찬 성질, 쓴맛)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Q. 혈액 응고제 복용 중인데 상추를 먹어도 되나요?
상추에 비타민 K가 풍부해서 와파린 같은 혈전 용해제를 복용하는 분은 섭취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담당 의사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상추 먹으면 졸릴까, 잠이 깰까. 정답은 "사람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성분도 의미가 있지만, 성질에 따라, 개인의 체질에 따라 효과와 방향이 달라진다. 그게 음식이다.
— 자생력한의사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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