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약에도 보약에도 쓰이는 약재 — 부자(附子)의 두 얼굴
사약(賜藥). 우리는 보통 죽을 사(死) 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래 한자는 줄 사(賜)이다. 임금님이 내리는 약. 그게 사약이다. 임금이 은혜롭게 내리는 약이 죽음의 약이 되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한약재마다 고유한 이야기가 있다. 당귀의 이름에 담긴 뜻과 효능도 읽어보시라.
사약에는 뭐가 들어갔을까
사약의 정확한 레시피가 전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체로 의견이 모아진 약재들이 있다. 비상, 천남성, 부자(附子), 초오, 수은 등.
그런데 놀라운 점이 있다. 이 약재들 중 상당수는 지금도 한의원에서 처방에 사용한다. 오늘은 그중에서 부자를 이야기해보겠다.
부자(附子) — 이름의 뜻
부자. 한자를 풀어보자. 附(붙을 부) + 子(아들 자). 어미 뿌리에 붙어 있는 자식 뿌리. 그래서 부자다.
성질은 매우 뜨겁고 독하다. 왜 그럴까. 부자는 높은 산, 추운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춥고 험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 열을 품어야 한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 뜨거운 에너지를 응축한 것이다. 식물의 생존 환경이 곧 약효가 된다.
사약의 재료가 보약에도 들어간다
여기서 반전이 있다. 부자는 지금도 한의원에서 처방에 종종 쓰인다. 대표적인 게 팔미지황환이다. 보약에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이다.
허리와 무릎이 시리고 아픈 분. 손발이 차가운 분. 기력이 떨어진 분, 특히 고령. 이런 분들에게 처방하는 보약이다. 사약의 재료가 보약에 들어간다. 이게 한약재의 묘미다.
몸이 찬 분들은 순환이 약한 경우가 많다. 밤에 종아리 쥐가 자주 나는 것도 순환과 연결된다.
독이 약이 되고, 약이 독이 된다
"독인데 어떻게 약으로 써요?"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부자는 법제(法製)라는 가공 과정을 거친다. 독성을 줄이고 약성은 살리는 과정이다. 그리고 다른 약재들과 함께 쓴다. 여러 약재가 서로의 독성을 견제하고 효능을 배가시킨다.
부자의 뜨거운 성질. 몸이 찬 사람에게는 약이 된다. 몸이 뜨거운 사람에게는 독이 된다. 같은 약재가 사람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다.
절대 직접 복용하지 마시라
부자는 독성이 매우 강한 약재다. 절대로 직접 구해서 먹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한의사의 처방과 법제 과정을 거쳐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자가 복용은 생명의 위험이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부자가 정말 한의원에서 쓰이나요?
네. 부자는 지금도 처방에 사용됩니다. 다만 반드시 법제(法製)라는 가공 과정을 거쳐 독성을 줄인 후 사용합니다.
Q. 부자는 어떤 사람에게 좋은가요?
몸이 차갑고, 손발이 시리고, 양기가 부족한 분들에게 좋습니다. 반대로 열이 많은 분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Q. 집에서 부자를 직접 먹어도 되나요?
절대 안 됩니다. 부자는 독성이 강한 약재입니다. 반드시 한의사의 처방과 법제 과정을 거쳐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사약(賜藥)이 정말 임금이 내리는 약이라는 뜻인가요?
네. 사약의 사(賜)는 죽을 사(死)가 아니라 줄 사(賜)입니다. 임금이 은혜롭게 내리는 약이라는 뜻입니다.
사약과 보약 사이. 같은 약이 누군가에게는 죽음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삶이 된다. 세상에 누구에게나 완벽한 약은 없다.
-자생력한의사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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