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골신경통에 손을 누른다 — 후계혈이 허리와 다리를 푸는 원리
허리가 아프면 허리를 본다. 다리가 저리면 다리를 본다.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나는 좌골신경통 환자가 오면 손을 본다. 오늘은 진료실에서 자주 활용하는 혈자리 이야기다.
손에 있는 혈자리가 허리를 푼다
후계혈(後谿穴). 손바닥을 펴고 새끼손가락 쪽을 보면, 손을 주먹 쥘 때 튀어나오는 부분이 있다. 거기가 후계혈이다. 이 작은 혈자리가 허리와 다리 통증을 푼다.
합곡과 후계 — 앞과 뒤를 나눠 맡았다
혈자리 중에 합곡(合谷)은 유명하다. 엄지와 검지 사이. 두통, 치통, 감기에 쓴다고 많이들 알고 있다. 그런데 합곡과 후계는 역할이 다르다.
합곡은 몸 전면의 문제를 다스린다. 얼굴, 목 앞쪽, 배 쪽. 후계는 몸 후면의 문제를 다스린다. 뒷목, 등, 허리, 다리 뒤쪽.
좌골신경통은 어디가 아픈가. 엉덩이 뒤, 허벅지 뒤, 종아리 뒤. 전부 뒷면이다. 그래서 후계혈을 쓰는 것이다.
후계(後谿)라는 이름의 뜻
후계. 後(뒤 후) + 谿(시냇물 계). 뒤쪽에 있는 시냇물이라는 뜻이다. 손 뒤쪽(새끼손가락 쪽)에 있으면서, 기혈이 시냇물처럼 흐르는 곳. 이 시냇물이 몸 뒷면 전체를 적셔준다.
방광경 — 몸 뒷면 전체를 타고 내려가는 길
한의학에는 경락이라는 개념이 있다. 몸에 기혈이 흐르는 길이다. 후계혈은 방광경이라는 경락과 통한다.
이 경락이 어디를 지나는지 보자. 뒷머리 → 뒷목 → 등 → 허리 → 엉덩이 → 허벅지 뒤 → 종아리 뒤 → 발. 몸의 뒷면 전체를 타고 내려간다. 좌골신경통의 통증 경로와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후계혈이 좌골신경통에 쓰이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이렇게 쓴다
좌골신경통 환자가 온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다고 한다. 물론 허리에도 침을 놓는다. 다리에도 침을 놓는다. 그런데 후계혈을 같이 쓰면 효과가 더 좋다.
허리와 다리만 치료하면 국소 부분 치료다. 후계혈을 같이 쓰면 경락 전체를 열어주는 것이다. 막힌 시냇물을 뚫어주는 느낌이라고 할까. 20년 진료하면서 후계혈을 안 쓰는 날이 거의 없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후계혈 지압법
침은 한의원에서 맞아야 한다. 하지만 지압은 집에서 할 수 있다.
후계혈 찾는 법: 손을 주먹 쥔다. 새끼손가락 아래쪽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거기가 후계혈이다.
지압 방법: 반대 손 엄지로 꾹 누른다. 약간 아픈 느낌이 드는 강도로. 5초 누르고 떼기를 10회 반복. 양손 다 해준다. 허리가 뻣뻣하거나 다리가 저릴 때 후계혈을 눌러보시라. 생각보다 시원해진다.
후계혈이 효과적인 증상들
좌골신경통 —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저릴 때. 후계혈의 대표적인 적응증이다.
허리 통증 — 허리가 뻣뻣하고 아플 때. 특히 뒤로 젖히기 힘들 때 효과적이다.
뒷목이 뻣뻣할 때 — 방광경이 뒷목도 지나간다. 뒷목 긴장에도 후계혈이 쓰인다.
등이 결릴 때 — 등 전체가 뻣뻣한 느낌. 후계혈 지압이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
후계혈 지압은 보조 요법이다. 좌골신경통이 심하면 반드시 치료를 받으시라. 지압으로 완치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평소에 관리하거나 치료와 병행하면 회복이 빨라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후계혈은 어디에 있나요?
손을 주먹 쥘 때 새끼손가락 아래쪽에 튀어나오는 부분입니다. 거기가 후계혈입니다.
Q. 지압은 얼마나 세게 해야 하나요?
약간 아픈 느낌이 드는 강도로 누르시면 됩니다. 5초 누르고 떼기를 10회 반복하고, 양손 다 해줍니다.
Q. 좌골신경통에 왜 손에 있는 혈자리를 쓰나요?
후계혈은 방광경이라는 경락과 통합니다. 이 경락이 뒷머리에서 발끝까지 몸의 뒷면 전체를 지나가는데, 좌골신경통의 통증 경로와 거의 일치합니다.
Q. 합곡혈과 후계혈은 무엇이 다른가요?
합곡은 몸 전면(얼굴, 목 앞쪽, 배)의 문제를 다스리고, 후계는 몸 후면(뒷목, 등, 허리, 다리 뒤쪽)의 문제를 다스립니다. 역할이 앞과 뒤로 나뉘어 있습니다.
허리가 아프면 허리만 본다. 다리가 저리면 다리만 본다. 하지만 경락은 연결되어 있다.
손에 있는 작은 혈자리 하나가 허리와 다리 전체를 열어줄 수 있다. 후계혈. 뒤쪽에 흐르는 시냇물. 막힌 뒷길을 뚫어주는 혈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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